국민 모두 자신이 은퇴할 때를 생각해 노인복지에 관심 가져야
노인은 늙은 사람이 아니라 많은 경륜을 쌓은 혜인(慧人)
제18대 대한노인회 회장으로 김호일 목사가 선출됐다.
그는 정치인에서 목회자로, 목회자에서 노인복지 전문가로 변신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마산 합포 선거구에서 14∼16대에 걸쳐 3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8년에 목사 안수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목회를 시작했다. 목회를 은퇴하며 국회의원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노인복지 문제를 고심하며 꾸준히 준비해 지난 10월에 앞도적인 표차이로 대한노인회 회장에 당선됐다.
김 신임회장은 당선이후 “하나님이 하셨다. 최선을 다해 기도하고 준비했다. 이제부터는 최선이 아닌 최고의 대한노인회가 되도록 늘 기도하며 노인복지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 시절 아직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가시화되기 전부터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이제야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20년 외길인생’이 비로소 꽃을 피운 것이다. 그가 내세운 가장 중요한 공약은 대한노인회를 사단법인에서 법정단체로 격상시키는 일이다. 65세 이상 인구 1000만을 눈앞에 둔 한국사회에서 대한노인회의 수장을 맡은 김 회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그는 3선 국회의원으로서의 관록과 20년 노인 정책통으로서 이 땅의 노인복지를 올곧게 구현하려는 의지가 남다르다. 김호일 신임 대한노인회장을 만나 노인복지에 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한노인회를 사단법인에서 법정단체로 바꾸려는 이유는?
대한노인회는 현재 사단법인이다. 사단법인은 민법 32조에 근거를 둔 비영리법인이다. 사단법인은 사회 공익을 위한 단체라는 보증은 되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 장점이 없다. 사단법인은 예산지원은 되는데 사무실 운영비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 또한, 사단법인은 입회원서를 써야 회원이 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이 850만 명이나 되는데, 경로당에 나와서 입회원서를 쓴 사람 300만 명 정도가 대한노인회 회원이다. 명실상부한 노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되려면 법정단체가 되어서 65세 이상 노인은 모두 회원이 돼야 한다. 또한, 법정단체가 되면 국비가 지원된다. 지금은 단체를 운영하는데 조건이 열악하다. 지방회 간부들도 업무를 추진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 법정단체가 돼서 국비가 지원되고 인건비가 나오면 재정이 넉넉해질 수 있다.
노인복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라서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낳아도 하나만 낳는다. 노인 인구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노인을 잘 활용해야 한다. 노인은 유행가 가사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노인이라고 일자리에서 몰아내는 건 부당하다. 노인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하면 나라가 위기에 봉착한다. 세월에 떠밀려 누구나 노인이 되는데 65세 이상은 노인회 정회원일 뿐이지 나머지 사람들은 예비노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인 문제는 노인 문제 별개로 다뤄서는 안 된다. 노인 문제는 전체 국민의 문제이다. 만약 한 나라의 노인복지가 잘 되어있으면 노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노인복지는 국민 전체의 복지다. 국민 모두 자신이 은퇴할 때를 생각해 노인복지에 접근해야 한다.
늙은 사람을 지칭하는 노인(老人)이란 호칭 대신 지혜로운 사람을 의미하는 혜인(慧人)이란 호칭을 쓰자고 주장했다.
노인은 교과서에 없는 많은 경륜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경륜이 쌓이게 된다. 영국에는 “노인 한분이 사라지면 지혜로운 장서가 가득한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라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노인은 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 혜인이다. 노인이 혜인, 지혜로운 어른이라 불리게 되면 지혜를 배우려고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노인이 될 텐데 노인을 홀대하면 결국 자신도 나중에 홀대를 받게 될 것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실례로 신도시를 개발하려면 문화재 발굴을 먼저 한다. 젊은 사람은 힘이 넘쳐서 함부로 파헤쳐 문화재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노인은 조심스럽게 발굴해 속도는 느리지만, 문화재가 잘 보존돼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낫다고 한다. 이렇듯 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청년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주듯이 노인이기 때문에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노인전담 일자리가 많아지면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것도 아니고 노인소득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한 가지 제안하면 우리나라가 주5일제인데 토요일 일요일에 노인을 고용해 주민센터에서 주말에도 대민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면 평일에 서류를 구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어제까지 과장이나 부장을 하던 사람들이 정년이 됐다고 퇴임하면 그만큼의 업무 능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 이들을 주말 사원으로 고용해 일하게 되면 기업도 업무숙달자를 활용할 수 있어 좋고 은퇴자도 소득이 생겨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노인복지를 어떻게 보는가?
지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이 1위일 정도로 노인복지가 열악하다. 선진국에선 국가가 100만 원 정도를 지급하는데 우리나라는 30만 원을 지급하는 것도 선별적으로 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인데 노인복지 순위는 62위이다. 앞으로 노인 문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할 일이 많다. 3선 국회의원을 한 정치적인 경륜을 가지고 국회와 행정부와 협의를 통해서 국민의 노후가 안정되고 행복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나가고자 한다.
노인복지 예산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예산제도의 맹점 때문에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파내곤 한다. 예산을 남기면 다음에는 예산이 배정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노인복지를 위한 철학만 강하다면 예산을 조정하고 낭비되는 예산을 줄여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통령과 정치권의 의지에 달려 있다. 굳이 예산을 책정받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지역교회와 지역봉사단체가 연합해 노인을 상대로 점심을 대접하는 일이 그렇다. 지역교회는 장소를 제공하면서 부녀회가 봉사에 나서고, 지역봉사단체는 재정을 지원한다면 아주 좋은 노인복지의 한 경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설립하자는 청원을 해서 통과가 됐다. 앞으로 노인건강을 위한 시설들이 많이 들어설 것이다.
외국에선 노인복지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나?
앞에서 노인은 지혜로운 혜인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시절 미국에 가니까 캘리포니아주에 원로의회가 있었다. 65세 이상인 노인이 출마도 하고 투표도 하는 걸 봤다. 로마가 1000년 이상 갈 수 있었던 것도 원로원의 지혜가 국정에 반영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노인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편한 점은 노인이 안다. 실제로 노인이 돼보니까 그전에 알던 노인에 대한 생각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였다. 미국에선 노인 생활에 불편한 점을 원로의회가 수집해 국가에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제안이 하원과 상원을 거쳐 국가정책에 반영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광역의회 규모로 원로의회를 뽑으면 노인들의 요구를 자치단체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같은 공인된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장, 도지자, 당 대표 같은 사람을 당당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인의 경륜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원로의회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 노인들을 최대한 활용했으면 한다.
현재 한국사회 분위기가 원로를 존중하거나 원로의 지혜를 듣고자 하지 않는다.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은 아버지의 대대적인 토목공사로 이스라엘 백성이 지쳐있는 것을 알면서도 백성에게 너그럽게 대하라는 원로들의 말을 듣지 아니하고 자기와 같이 자라난 젊은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자기 새끼손가락이 아버지 솔로몬의 허리보다 더 굵다는 만용을 부리다가 열 지파가 떨어져 나가 북이스라엘을 따로 세운 것이다.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이 갈라선 이유가 바로 원로의 충고를 듣지 않는 강퍅함 때문이었다. 지금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가 원로의 지혜를 무시하고 이들의 경륜을 무시하면 선대에 쌓아 올린 업적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서 경로효친(敬老孝親)사상이 투철했다. 하지만 빠른 산업화와 기성세대를 부정하는 민주화로 인해 이런 전통사상이 붕괴했다. 지금은 나이가 많다고 대접을 받는다거나 어린 사람보다 위에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위아래가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조짐은 가정에서부터 나타나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그러나 십계명에서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라면서 효도를 장수의 비결로 제시하고 있다. 노인복지도 마찬가지이다. 효도가 현대사회에선 노인복지로 구현되고 있다. 일각에선 청년들이 노인복지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노인 인구 1000만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와있다. 더는 노인복지가 각 가정에서 떠안아야 할 개별적 사인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전향적인 자세로 노인 문제에 접근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이것은 노인에게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현실적인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