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7주 연속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과 거래절벽 심화로 부동산 빙하기가 찾아오면서 매매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다. 간헐적으로 급매물만이 소화되면서 주택가격지표를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56% 하락했다. 모든 지역구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지난주(-0.52%)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부동산원이 지난 2012년 관련 통계 발표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도봉구(-0.99%), 노원구(-0.95%), 강북구(-0.87%), 성북·은평구(-0.70%), 동대문구(-0.69%), 중랑구(-0.68%), 중구(-0.63%), 금천구(-0.61%), 서대문구(-0.60%), 영등포구(-0.58%), 강동구(-0.54%), 용산구(-0.52%), 강서구(-0.51%), 마포구(-0.50%), 구로구(-0.49%), 송파구(-0.48%), 성동구(-0.44%), 종로·관악구(-0.43%), 광진구(-0.42%), 양천구(-0.41%), 동작구(-0.40%), 강남구(-0.34%), 서초구(-0.22%) 등 25개구가 모조리 약세였다.
새 주인을 찾은 물건도 대부분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37㎡는 지난달 30일 34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5월 직전가(37억5000만원) 대비 3억원 빠졌다. 강남지역에서도 내로라하는 고급 아파트도 가격 방어에 실패한 것이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리더스원’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29억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5월 직전가(32억원) 대비 6억원 내렸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같은 날 17억6000만원에 새로운 소유주를 맞이했다. 지난달 가까스로 지켜냈던 18억원 선마저 붕괴된 것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10단지’ 전용 54㎡ 역시 지난달 26일 10억1000만원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 지난해 10월 최고가(14억1000만원)와 비교하면 1년 만에 4억원 저렴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침체 흐름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라 어쩌다 한두 건 체결되는 급급매물 거래를 시세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 반등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0.56% 떨어졌다. 지난주(-0.50%) 대비 하락폭이 커졌다. 전국 176개 시·군·구 가운데 집값이 낮아진 지역이 173곳에 달한다. 인천(-0.83%→-0.94%), 경기(-0.61%→-0.71%), 세종(-0.64%→-0.77%), 부산(-0.46%→-0.53%), 울산(-0.59%→-0.65%), 대전(-0.48%→-0.62%) 등 주요도시가 모두 내렸다.
이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국(-0.59%→-0.69%)이 낙폭을 벌리면서 서울(-0.73%→-0.89%)은 물론 수도권(-0.81%→-0.95%)과 지방권(-0.39%→-0.44%) 모두 아파트 전셋값 하향 조정폭을 키우게 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계속되는 기준금리 상향 조정과 부동산 가격 하락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인식 차이가 발생하면서 급매물만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